성균관의 One thing

 알리안츠생명에서 주관하는 Young Allianz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그 활동 중에는 알리안츠 그룹에서 후원하고 있는 Campaign 을 포스팅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One thing'을 나누어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각 대학이 가지고 있는 One thing이 무엇일까에 대해 블로그를 작성한 적이 있다. 그때 정한 대학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로 명문대만을 한정시켰다.

http://www.youngallianz.com/34 이곳에서 원문 확인 가능


물론 이때의 블로그 포스팅의 목적 중 하나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게 하는 것이었기에 '명문 SKY 학생들의 One thing은 무엇일까?'라고 흔히 네이버에서 제목뽑듯이 자극적으로 제목을 잡아도 되었으나,  비 sky 사람들은 기분나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물론 블로그 평가자도 sky출신은 아니었다.

그런데, 나 역시도 SKY출신은 아니다. 그래서 이 포스팅을 하면서 나 자신도 자괴감을 느꼈었다. 고등학교때는 한번도 가본 적 없고, 본적 없는 무조건 서울...만을 따랐고 원하던 대학에 불합격을 하고 다른 대학에 붙으니.. 의미없이 대학을 다니다가 때려치고.. 다시 시험보고.. 그렇게 붙은 곳이 성균관(成均館) 글로벌경영 이었다.

-- 성대 출신이 아닌, 성대보다 수능점수가 낮은 대학을 다닌 사람 입장에서 내가 보는 성대는 좀 불쌍한 것 같다. 배치표가 연고대보다 낮아서 불쌍한게 아니고, 성대 애들을 보니까 불쌍하다.--

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왜 자꾸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데~~...' 라며 자위하는 사람이 많은 건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원래 서울대 갈 실력인데 미끄러져서 후기에 성대왔어..'라던지...

물론 나도 그렇지 못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것을 극복해 나가기 시작하면서, 성균관을 성균관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진정한 대학생활이 시작되었다.

성균관은 다른 대학이 가지지 못한 One thing이 있다. 이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다.



각 대학교는 그 학교가 자랑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서울대라면 실력과 자부심, 연대라면 연고전과 노천극장, 자유스런 학풍, 고대라면 고연전과 민족 정신, 멋진 학교 등이 라고 생각한다.


성균관이 자랑하는 것도 여러개의 것이 있겠으나, 나는 '가을'을 자랑거리로 삼고 싶다.







수원에 있는 자연과학캠퍼스를 차치하고서라도, 성균관의 위치는 가을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학교를 기준으로 정문 오른쪽에는 창경궁과 창덕궁이, 왼쪽으로는 대학로와 마로니에공원이 위치하고 있고, 후문 오른쪽으로는 성곽을 끼고 성북동이, 후문 왼쪽으로는 삼청동과 청와대, 인사동이 위치하고 있다.





흔히 성대 = 대학로 라는 생각이 강할 테고, 나도 그랬었지만, 이 학교의 매력은 그것 이상이다. 수업을 끝나고 성북동에 있는 간송미술관에 가서 미술품을 관람하고, 돌아오는 길에 고 이태준 가옥에 들려서 차한잔 마시고 귀가할 수 있다. 다른날은 연인과 손잡고 창경궁을 걸어갈 수도 있고.. 또 다른 날은 삼청동으로 넘어가서 비싸지만 맛있는 커피도 즐기며..

일요일에 아침일찍 '학술적 글쓰기' 팀플을 마치고 북촌에 놀러갔다.  1학년 새내기였던 이 아이들의 추억 속에 이러한 대학생활을 경험하게 해 주어 너무나 뿌듯하다. (나는 2학년)  


창경궁 돌담길... 가을에 낙엽을 밟고 걷는 그 길은 매우 아름답다. 연인과 걷는 그 길은 더욱 아름다울 듯

물론 4계를 즐기기에 모두 아깝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가을은 너무나 아름답다. 한국의 천원권 앞에 있는 명륜당 (조선시대 성균관 시절, 유생들을 가르치던 강의실) 앞에는 성균관의 탄생을 함께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다. 실제로 보면 엄청난 크기의 나무인데, 그 나무가 보여주는 은행잎을 실제로 보면 입이 절로 벌어진다.

문화재로도 지정되어있는 은행나무.. 이 은행나무에는 성별이 바뀐 전설이 있다고 한다. 조선 중종때 윤탁이라는 성균관의 관리는 명륜당 아래에 은행나무 두 그루를 마주보게 심었다 한다. 기초가 튼튼해야만 학문을 크게 이루듯이, 나무는 뿌리가 무성해야 가지가 잘 자라므로 공부하는 유생들도 이를 본받아야 한다는 뜻. 그런데 은행나무에서 나는 은행의 냄새는 고약하기로는 수위를 다툰다. 이런 은행나무가 강의실 앞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으니 그 냄새는 얼마나 심했을까.. 냄새 때문에 못하고, 또 열매 따러 온 내인들의 왕래 때문에 공부에 방해가 되었음이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유생들이 공부를 하지 못하니까 결국 제사를 지내어 '열매를 맺지 못하게 해 달라'라는 제문을 써 넣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후로 성별이 바뀌었다고 ...



이것 외에도, 창경궁, 창덕궁 야간개장// 마로니에 공원에서의 버스킹 // 대학로의 연극 //
등을 주변에서 손쉽게 경험할 수 있다. 마치 아카라카를 온누리에 알리는 시간은 3일밖에 없다면, 에스카라(성균관 축제)를 온누리에 알리는 시간은 적어도 하나의 계절동안의 시절을 차지한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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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소리로 이런말이 있었다고 한다. 서울대는 소셜리스트, 연대는 리버럴리스트, 고대가 네셔널리스트라면... 성대는 테러리스트라고. 하지만 지금은 삼성재단과 함께 대학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마치 조선시대의 훈구와 사림의 세력처럼 처음에는 사림파의 입장에서, 현재는 훈구파의 입장에서.. 그렇게 학풍은 계속하여 변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성균관의 가을은 찾아온다.
그리고 이것이 성균관이 가진 One thi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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