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 전시 내가 뽑은 best 5 in 국립중앙박물관

 오랜만에 미술관에 들렸다.

'오르세미술관전' 전시 내가 뽑은 best 5 in 국립중앙박물관

사실 미술을 그렇게 즐기는 사람은 아니지만, 방학마다 예술의전당과 국립중앙박물관은 들린다. 주로 대학로에서 약속이 있을 때는 중앙박물관에서 시간때우기 좋고, 강남에서 약속이 있을 때는 예술의전당에서 시간때우기 좋기 때문이다. 

요번 겨울 시즌에는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이라는 타이틀로 특별전시를 하고 있었다. 루벤스야 워낙 유명한 화가이기 때문에 나도 이름은 들어서 알고 있었고, 피카소보다는 루벤스가 나을 것 같아서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제는 만 24세 미만이 아니기 때문에 성인 요금을 내고(하지만 우리은행카드는 20% 입장료 할인!!) 옥주현의 목소리가 나오는 도슨트를 3000원에 빌려서 입장했다.


사실 전시 자체는 실망이었다.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이라는 말 속에서 루벤스의 그림은 별로 없겠구나 싶었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 알만한 그림은 한 두점밖에 없었고 대부분 처음 보는 작품들이었다. 세간의 의미로 표현하면 국립중앙박물관도 대창렬시대였다. 오르세미술관전은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너무 심했다.

어쨌든, 관람을 마무리했고, 주관적으로 뽑은 best 5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5. 성 히에로니무스가 있는 풍경

성 히에로니무스가 있는 풍경
 성 히에로니무스는 학자들의 수호성인이라고 한다. 항상 성서 연구에 몰두하였으며, 사자의 발톱을 빼서 길들여졌다고도 한다. 그림 뒤에 보이는 로마의 화려한 유산 속에서 두개골을 만지작하며 연구에 몰두하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4. St. Anne Adorning the virgin with flowers


St. Anne Adorning the virgin with flowers
 성 안나는 마리아의 어머니이다. 마리아의 머리를 안쓰럽게 쓰다듬는 그녀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뒤에 서있는 남자는 그 운명을 안다는듯이 하늘을 쳐다보고있다. 요셉은 아닐까? 하지만 그림의 백미는 마리아의 눈이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결코 울고있지 않다. 또한 그녀의 손은 머리카락을 꼭 잡으며 결코 낙담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3. Large Mountain Landscape 

Large Mountain Landscape
 광활한 알프스 산맥을 뒤로한 채 인간이 보인다. 자연은 너무나 광활하고 인간은 너무나 왜소하다. 인간에게 자만하지 말라고 자연이 이야기하는 듯 하다. 사실 이 그림을 그린 Joos de Momper는 알프스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마치 몽유도원도같이 말이다.


2. The Discovery of the Child Erichthonius 

The Discovery of the Child Erichthonius - Peter Paul Rubens

루벤스의 대표 작품 중 하나이다. 에리크토니오스는 헤파이스토스가 아테나를 겁탈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그의 정액이 땅에 떨어졌을 때 태어난 자라고 알려져있다. 그런 그의 탄생에 맨 왼쪽에 있는 헤르메스상은 에리크토니오스를 바라보고 있으며 오른쪽의 가슴 다섯 달린 조각상또한 그를 바라보고 있다. 이 그림은 실제로 보았을 때 매우 생생하다. 딱 보면 루벤스 그림같은 느낌이다.


1. Portrait of Antonio de Tassis

Anthonis van Dyck (1599–1641), Portrait of Antonio de Tassis (1584–1651)

안토니 반 다이크는 루벤스의 제자 중 한명으로 초상화분야에서는 루벤스를 뛰어 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요즘의 셀카와는 다르게 옛날의 초상화는 일생에 단 한 번 그릴 수 있을 정도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초상화에 나타나는 모습은 그의 모든 것을 담고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그의 초상화에는 화려한 장식은 없고 오로지 책 뿐이다. 다소 고지식해보이는 표정과 '아직 난 책을 읽고 있다.'는 듯이 자신이 읽던 부분을 결코 놓지 않는 그의 왼손은 얼마나 그가 연구를 열심히 하는 사람인지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내가 만약 이 초상화의 주인공인 안토니오드타시스처럼 나이가 먹었다면 난 어떤 모습으로 초상화에 남아있게 될까? 아무래도 화려하기보다는 담담하게, 그러나 품위있는 모습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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