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수학 복수전공의 이모저모

 나는 대부분의 경영학과 학생들과는 다르게 경영학이 원 전공이면서 수학을 복수전공하였다. 우리 과에서는 나와 민사고 출신 후배 한 명만 있을 정도로 소수가 선택하는 길인데, 이번 포스팅에서는 어떠한 이유로 수학을 복수전공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0. 경영학과 수학을 복수전공하게 된 계기
 사실 경영학과 수학을 복수전공하는 사람은 많다. 다만 수학이 원 전공이면서 경영학을 복수전공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 반대는 거의 없다. 그 이유는 수학과가 갖는 무게와, 진입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수학과의 대표 전공 수업인 해석학의 경우 미분적분학의 심화과정이기 때문에 미분적분학을 배우지 않은 학생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인문계 출신 학생들은 미적분도 제대로 배우지 않은 상태인데, 바로 해석학 수업을 들어가면 모래에 성을 쌓는 일을 하는 것이다.
 진입장벽이 높고, 자연과학대 학생들도 많이 선택하지 않는 수학과를 복수전공하게 된 계기는 크게 세 가지이다.

- 경영학과의 한계: 경영학은 응용학문이기 때문에 다른 전공들보다는 학문적 뿌리가 얇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학과 학생들은 일찌감치 자신이 뿌리를 내릴 분야를 찾아 떠난다. 대표적으로 CPA, 행정고시, 재무자격증 등이 있다. 그런데, 나는 그 뿌리를 수학과에서 찾았다. 엄밀한 논리로 대표되는 수학에 뿌리를 내려 나만의 경영학을 만들고자 하였다.

- 대학원 진학: 경영학이든 경제학이든 박사과정에 진학하면 수학을 매우 많이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나도 학부생이기에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phD prerequisite를 살펴보면 적어도 calculus와 linear algebra는 듣고 오라고 strongly recommend하고 있다). 내가 수학을 복수전공할 때는 2학년 2학기였는데, 난 어렴풋이 대학원 진학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세부 전공은 잘 모르니까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고, 대신 기초체력을 키운다는 차원에서 수학을 우선적으로 열심히 공부했다. 당시에는 경제학도 굉장히 재미있었기 때문에 더욱 더 수학공부를 열심히 했다.

- Specialty: 남들과는 차별화된 경영대 학생이 되고 싶었다. 경영대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선 외국어를 정말 잘 하는 친구도 있고, 노래를 정말 잘 하는 친구도 있고, 책을 정말 많이 읽은 친구도 있고 정말 대단한 친구들이 많다. 그 속에서 나도 나만이 갖는 specialty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적어도 그 분야에서만큼은 내가 제일이 될 수 있게 말이다. 그러다가 찾은 분야는 수학이었다. 물론 나보다 뛰어난 학생들도 많지만 대학 수학은 고등학교 수학과는 차원이 다르기에 대학 수학을 전공하여 훌륭하게 이수하는 순간 나는 경영대생들 중에서 수학을 가장 잘 하는 학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크게 세 가지 이유로 나는 경영학과 수학과를 복수전공하였다.

1. 수학 복수전공하기 전 Checklist
경영대생이 수학을 복수전공하기 위해서는 체크해야 할 것이 몇 가지가 있다. 수학과 자체의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경영대생은 인문계를 졸업했을 텐데, 이 경우 자연계를 졸업하고 수학과에 진입한 학생들보다 기초 수학실력이 낮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더 신경 써야 할 것이 있다.

(1) 나는 미분적분을 할 수 있는가?
- Yes: 나는 자연계 고등학교 미분적분을 할 수 있으며, 자연계 수능 수학문제를 대부분 풀 수 있다.
- No: 나는 자연계 고등학교 수준의 미분적분을 할 수 없다.
(1-1) 미분적분학 수업을 수강하였는가?
(1-2) 선형대수학 수업을 수강하였는가?

(2) 수학과 교수님의 수업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 Yes: 나는 수학과 교수님의 수업을 들어본 적이 있으며, 교수님께서 펼치시는 논리전개 및 증명방법을 이해할 수 있다.

(3)  학점이 높은가?
- Yes: 나는 수학과에서 좋지 못한 학점을 받더라도 전체 평점을 복구할 수준의 학점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Ex) 4학점을 목표로 한다면, 4.1~4.2정도의 학점 기 보유하고 있는가?
- No: 나는 수학과에서 좋지 못한 학점을 받는 순간 전체 평점이 매우 나빠진다.
Ex) 현재 3.5정도의 학점을 보유한다면, 3정도까지 학점이 내려갈 수 있다.

(1)의 물음: 수학과에 처음 진입하여 듣는 과목은 해석학, 미분방정식에 정수론 등이 추가될 것이다. 이때 미분적분학은 해석학, 미분방정식에 direct한 영향을 미치며 정수론 과목에서도 꽤 사용된다. 선형대수학의 경우 가르치는 교수님에 따라 증명을 위주로 하는 교수님이 계시고 실제적 사용을 위주로 하는 교수님이 계신데 증명을 위주로 할 경우 수학 전공의 참 맛을 조금은 느낄 수 있다. 수많은 과제는 덤.

(2)의 물음: 수학과는 경영학과 매우 다르다. 경영학은 분야에 따라서는 자신의 의견과 그 의견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중요할 수 있다면, 수학은 처음부터 끝까지 논리로 전개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논리로 전개하는 방법이 익숙하지 않으면 본 수학전공 수업 때 헤매기 십상이다. 따라서 미리 수학과 전공 교수님들의 수업을 들으며 논리전개방법을 미리 익혀두는 것이 중요하다. Calculus 수업이나 Linear algebra 수업을 담당하시는 수학과 교수님의 수업을 듣자

(3)의 물음: 수학과는 학점을 대체적으로 잘 안 주신다. A+에 원래 박한지는 모르겠지만 글로벌경영학과에서 50%까지 A+를 받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어렵다. 들려오는 소문에는 A+기준이 11%라고 하니까, median만 넘으면 되었던 글로벌경영학과에 비해 너무나 까다롭다. 또 ‘부러진 화살’이라는 영화에 나왔던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님은 F뿌리기로 유명하다. 그 정도로 학점 받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어느 정도 학점이 떨어질 것은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야 할 것이, 대학원을 생각하고 있는데 자신의 학점이 이미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는 청강을 하는 등으로 만족하자.

2. 복수전공 절차
 나는 성균관대 학생이니 성균관대학교 기준의 복수전공 절차를 이야기하겠다. 복수전공을 신청하는 시기는 3학기 등록 이후부터이다. 등록학기 수 기준으로 3학기에는 40학점, 4학기에는 55학점, 5학기에는 70학점, 6학기에는 85학점, 7학기에는 100학점 이상의 수업을 들어야 한다.
여름방학, 겨울방학 즈음에 신청을 받는데, 수학과를 복수전공 신청하는 경우 학점에 상관없이 대부분 받아준다. 왜냐하면 복수전공을 신청하는 사람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경영학과, 경제학과, 통계학과 등 인기학과는 복수전공 학점 컷이 4.0정도임을 감안하면 매우 감사한 셈이다. 혹시나 컷이 생긴다고 하면 여름방학이 겨울방학 때 보다는 더 높을 것이다.
 복수전공을 신청하고 합격 결과가 나오면, 전공TO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추가로 C/L(Cross Listing)과목의 경우도 검색해서 들을 수 있는데 예를 들면 1학기에 열리는 미시경제학, 통계학이 있고 2학기에 열리는 수리경제학, 경영과학(OR) 등이 있다.


3. 경영학, 수학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수강 목록
 어차피 내 원전공인 경영학을 포기할 수 없다면 내가 선택한 수학과와의 시너지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당연히 모든 부분에서 시너지가 나겠지만, 특히 가시적으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분야는 재무관련 수업들과 통계관련 수업들일 것이다.

[경영학과 수업]
<2학년>
- Integration of Systems and the Business(MIS과목)
- Statistical Analysis
- Statistical Analysis for Economics

<3학년>
- Financial Management
- Operations Management
- Forecasting and Time Series Analysis Utilizing Big Data (시계열분석)
- International Corporate Finance
- Corporate Financial Strategy
- Intermediate Corporate Finance
- Intermediate Investments

<4학년>
- Operations Research and Practice
- Derivative Securities

[수학과 수업]
<2학년>
- 미분적분학1,2
- 선형대수학
- 해석학1,2
- 미분방정식1,2

<3학년>
- 위상수학: OR, OM분야와 관련
- 수치해석학: OR, OM 및 Finance와 연관
- 조합 및 그래프이론: OR, OM분야와의 연관성
- 해석학특강: Finance 및 경제학과 연관
- 수리통계학1
- 수리경제학

<4학년>
- 금융수학: Finance 및 경제학과 연관
- 편미분방정식: Finance 및 경제학과 연관
- 실변수함수론: 통계학 및 Finance, 경제학과 연관
- 실해석학: 통계학 및 Finance, 경제학과 연관

 수학과 수업이 경영학에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과목은 위의 리스트 정도이다. 아무래도 정수론, 대수학, 미분기하학 등 순수수학분야의 과목들은 아직까지 어떤 과목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알지 못하겠다.

4. 단점
 경영대 학생이 수학과를 복수전공할 때 생각해야 할 단점은 크게 두 가지 정도이다.

- 학점 하락: 물론 수학과에 잘 적응한 경영대생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말이겠지만, 사실 경영대에서 수학과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 어느 정도 학점 하락은 예상해야 한다. 특히 해석학1,2를 듣는 학기는 평균적으로 학점이 한 단계씩 내려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정말 해석학은 처음 공부할 때 너무나 어렵다.

- 우울증 동반: 경영대 수업은 팀플이 꼭 하나씩은 있었다. 그러나 수학과는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몰려다니던 경영대생들은 수학과에서 헤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개인플레이가 익숙하지 않던 사람들이 너무나 어려운 수학 공부이기 때문에 학기 중에는 항상 도서관에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우울증이 동반될 것이다. 또한 이 길은 대부분의 경영대생이 선택하지 않는 길이기 때문에 더욱 외로울 수 있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수학과를 복수전공하고 싶은지…… 솔직히 다시 2학년 2학기로 돌아가서 수학과 복수전공할 것인지 선택하라고 하면 난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다.
정말 정말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매우 달콤할 것이라 믿는다.

댓글

  1. 안녕하세요.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중인 대학생입니다. 저는 최종적으로 해외 data science 또는 statistics 대학원에 가고자 하며, 통계학과와 수학과 중 무엇을 복수전공할 지 고민중에 있습니다. 물론 선배님께서 다른 글에서 statistics와 biostatistics가 다름을 말씀하셨지만, 그래도 무지한 저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아실 것 같아 도움을 청하고자 이렇게 댓글을 남깁니다.

    선배님께서는 수학이 아닌 통계 대학원에 가셨는데, 대학원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수학과와 통계학과 중 어느 학과를 더 추천하시나요? 저는 이 글에서 말씀하신 수학과 복전 전 checklist 1, 2, 3에는 모두 Yes에 해당합니다.

    번외로, 수학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경영학과에서 수학/통계의 길을 가보려 하는 제가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블로그 글들을 올려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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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녕하세요, 메일로도 연락을 주신 것 같아 메일로 답변 드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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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안녕하세요 성대 글로벌경영 1학년 학부생입니다. 먼저 수학과 복전을 알아보고 있던 중 좋은정보 감사드립니다 선배님! 제가 금융공학쪽 진로를 생각하여 대학원 진학까지 고려하고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학사과정에서 중점적으로 공부해야하는 분야(과목)가 어느쪽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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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inance, computer science, statistics, math 정도일까 싶네요. 금융공학 대학원에서 원하는 인재상도 한번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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