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초에서의 하루

 미국으로 떠나기 전, 5박 6일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학부시절때 참여했던 동아시아 핵심인재 양성 프로그램 때 꽤 동경에 오래 머무르면서 느꼈던 좋은 감정 때문이었는지, 이번 동경여행 역시도 기쁜 마음으로 준비하였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5박 6일의 동경여행 중 가장 좋았고, 앞으로 매번 방문할 '진보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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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초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문학입문' 수업에서였다. 근대 문학을 전공하신 교수님의 수업답게 1900년대의 유명한 소설가과 시인들에 대한 내용이 주 골자였다. 그 시대에 지식인들이라면 당연했겠지만, 대부분 일본으로 유학을 간 문학인들이 대부분이었으며 그 문학인들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곳이 바로 이곳, 진보초라는 것이었다.

컴퓨터 너머로 보이는 진보초 메인 거리. 나는 왜 이 멋진 곳에서 일을 해야 하는가

 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알 지도 모를 청계천의 헌책방거리... 그 곳에서 나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1권부터 100권까지 단돈 17만원에 사기도 했고, 영어공부를 한답시고 박스로 모아둔 영어원서를 2만원에 사기도 했다. 그런 나의 아지트 같기도 했던 그곳... 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어서인지 아니면 우리나라가 너무 잘살기 때문인지 헌책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고 있고, 따라서 청계천 헌책방거리의 규모도 점점 작아지고 있다고 한다.

 진보초는 이러한 청계천 헌책방거리의 더 큰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100년 이상의 서점이 즐비한 이 곳에서는 헌책방들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

메인 로드를 뒤로한 거리, 이곳에서도 양 옆으로 헌책방들이 늘어서 있다

헌책방 안의 모습. 일본 글자 순서대로 정렬되어 있다.

 아무래도 진보초를 이야기할 때 Books Tokyodo를 빼놓을 수 없다.

<Books Tokyodo>
 1890년 창업하여 1917년 주식회사로 설립된 Books Tokyodo는 진보초의 대표 서점, 혹은 동경의 대표 서점이라고 부를 수 있다. 메이지 23년에 세워져서 소매 서점 및 중개 업무를 위주로 하는 '잡지 세계'를 창간하여 중계 업계의 톱이 되었다고 한다. (출처: http://www.tokyodo-web.co.jp/company/)

100년도 넘은 Books Tokyodo, 진보초의 대장 서점이다.

지식의 샘

Floor plan, 본점은 작지만 분점이 훨씬 크다.

고이케 유리코, 최근 일본 정치의 거물이 된 여성이다

동아시아의 역사. 특히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북한과 관련된 자료도 있다. 다만 장서는 그리 많지 않다.

 우리나라의 광화문 교보문고보다는 규모가 훨씬 작기도 하고, 워낙 츠타야 등 새롭게 시작한 서점들의 기세가 대단하기도 하지만, 100년 이상된 서점의 느낌은 쉽게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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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외에도 많은 서점들이 있다.

서점 밖에서 찍은 곳. '고서매입'이라고 하는 걸보니 옛날 책들이 많은 듯 하다. 소문에는 당나라 때의 고서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종교와 관련한 책들을 모아둔 곳이었다. 일본이니까 '신도'에 관한 책들도 많이 있었다.

아무래도 일본이라 중국의 간섭에서 자유로운 것일까? 달라이 라마

명륜관 서점. 성균관대학교의 명륜당이 생각이 났다.

아무래도 수학과니까 눈길이 갔던 책들... 성균관대학교 수학과에서 미분기하학을 가르치는 교수님께서도 박사학위를 일본에서 받으셨다고 들었는데, 일본에 기하학이 많이 발전했나보다. 그리고 수학하는 사람들의 관심도 많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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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진보초에는 생각보다 맛집이 많이 몰려 있다. 그 중 나는 1시간의 Waiting을 감수해야하는 우동집을 찾았다. '마루카 우동'집으로, 사누키우동이 유명한 집이다.

생각보다 그렇게 규모가 크지는 않다.

다만 웨이팅 줄이 엄청나게 길다. 한시간 정도 걸린 듯.

 사실 나는 우동을 별로 즐기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본에 왔으니까 한번 먹어보자는 생각이었다. 한 시간의 웨이팅을 통해 들어간 이곳...

 실내 사진 찍는 것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먹은 식사 사진만 올려본다. 기본 우동과 새우튀김, 그리고 오뎅튀김과 오니기리를 시켰다. 우동은 일본 사람들은 정말 극찬한다는데, 나는 사실 잘 모르겠다. 다만 국물은 정말 맛있었고 면발은 정말 쫄깃쫄깃했다. 듣기로는 이 면발이 정말 맛있는 면발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어묵튀김이 정말 맛있었다. 우동국물과 찍어먹으면 정말 최고였다. 새우튀김도 나쁘지 않았으며, 오니기리는 그냥 정말 밥에 김 뿐이여서 정말 오니기리였다.

어묵튀김은 꼭 시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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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진보초 구경을 마치고, 식사를 하고 올라가는 길. 진보초 주변에는 메이지대학이 있다. 내가 여행을 갔을 때는 7월 중순이었는데, 일본은 이때가 기말고사 2주 전 이라고 한다. 그래서 학교와 도서관에는 정말 사람이 많았다.

대학가답게, 악기 및 기타들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메이지대학 주변에는 동경의과대학과 동경치과대학이 있다. 마치 우리나라 서울대학교는 관악에 있어도 서울의대는 대학로에 있는 것 처럼...

동경의대와 동경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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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부야의 젊음도, 신주쿠의 왁자지껄함도, 긴자의 부유함도 좋지만 나는 이곳 진보초가 너무 좋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차 한잔을 즐기고, 책을 보고, 그리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고즈넉한 동경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동경여행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곳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