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를 다른 작가가 썼다면

덕혜옹주라는 책을 작년에 읽었는데 아직까지도 가슴에 그 내용이 남아있는 이유는 가슴을 울리는 무언가의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일까?

덕혜옹주의 코가 한 치만 낮았더라면 난 포스팅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 1912년 5월 25일 고종의 막내딸로 덕수궁에서 출생하다.
 '덕혜'의 이름을 지어 받음으로서 황족으로 인정된 그녀는 곧 일본으로 넘어가게 된다. 황족은 일본에서 교육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조센징을 멀리하는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황족의 기품을 유지하려던 그녀는 언제나 보온병에 끓인 물을 넣어 다녔다고 한다. 독살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1931년 대마도 백작과 강제 정략결혼하다.
 결혼식 당일 구국단원들이 그녀를 구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둘 사이의 딸 '정혜', 혹은 '마사에'가 있었다. 딸은 정체성의 혼란으로 절망했다. 사회가 흉흉해 질수록 딸의 조선의 피는 주홍글씨일 뿐이었다. '마사에'는 조선을 부인하였으나 조선의 황족이었던 그녀는 이를 묵과할 수 없었다. 딸을 수면제 먹이고 조선으로 보내려는 등 극단적 행위를 하기도 했다. 이를 참다못한 남편이 옹주를 정신병동으로 보냈다. 결국 외동딸은 자살하였다.

- 잊혀진 옹주여...
 37년의 긴 유란생활 끝에 드디어 대한민국에 귀환한 옹주. 하지만 '모든 일이 봄날의 꿈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구나. 모든 것은 사라짐으로써 덧없나니...'를 말하며 조용히 영면하였다. 사납게 휘두르는 운명의 갈퀴를 막을 힘이 그녀에게는 없었다.



 학교 교육에서 무의식적으로 왕정은 나쁜 것이고 민주정은 좋은 것이라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주입받아왔다. 이러한 관념이 깨어지게 된 이유는 '피살된 왕'의 진실을 알고부터일까. 세상의 천재지변 등 고통과 고난이 있을 때 왕은 이에 책임이 있다. 모든 것은 왕의 잘못이고 왕이 죽으면 된다. 하지만 민주정에서는 그 어떤 누구도 책임이 없다. '죄는 있으나 죄인은 없다.'
 왕은 상징이다. 그는 예수가 없는 곳의 예수이고 알라가 없는 곳의 알라이다. 그리고 조선에서는 이씨 왕조가 있었다. 조선의 마지막 황녀, 조선의 희망이었고 핍박받는 조선민족에게 그녀는 한줄기 희망의 빛이었다. 한 여자이기에 앞서서 조선의 황족이었기에 그녀의 인생은 비극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인생이 비극이었기에 조선의 백성들은 그녀를 바라보며 고달픈 현실을 이겨낼 수 있었다.




 '옹주'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우리나라의 다른 작가들이 썼다면 어땠을까 재미있는 생각을 해 본다.

 - 박완서라면 어린시절 할아버지 흥선대원군과의 일화가 많이 강조되고, 러시아 공산주의자들과 접촉하는 상황이 있을 것 같다.
 - 이효석이라면 아름다웠던 조선의 풍광의 모습을 좀 더 많이 보여주었을 것 같다. 식민지 이후의 조선 상황과 대비해서... 또 결말은 '자연의 이치'등을 강조할 것 같다. 인생은 이런 것이라며...
 - 이태준이라면 덕혜옹주는 그렇게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할 것 같다. 월북작가라는 딱지가 있으니까... 근데 단편으로서 매우 매력이 많은 작품이 탄생할 것 같다.
 - 김훈이라면 옹주의 상황보다는 그녀를 지키지 못했던 구국단원들의 이야기를 좀 더 많이 이야기할 것 같다.
 - 김진명이라면 일본과 전쟁을 또 할 것이므로 옹주의 매력이 없어질 것 같다. 아무래도 덕혜옹주가 숨겨진 군대의 사령관이 아니라면...
 - 이상은 식민지 상황에서 황족으로써 그녀의 아이러니를 극단적인 상황을 통해 드러낼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상은 옹주에 대해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가슴이 아플 것 같다.
 - 이청준이 쓴다면 고향을 떠난 옹주의 향수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했을 것 같다.
 - 황석영 작가가 쓰면 어떨까 싶다. 바리데기와 만나는 건 어떨까.


 '옹주'라는 소재를 다른나라 작가들이 썼다면?

 - 도리스 레싱은 옹주의 페미니즘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을 것 같다. 딸과의 불화와 자신을 세우는 일에서...
 - 무라카미 하루키는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성스러움은 지켜져야 한다.
 - 마리오 푸조가 써봤으면 좋겠다. 조선의 대모로서.



참 좋은 책이다.






댓글

  1. http://www.youtube.com/watch?v=8EX3mZgmZm0

    덕혜옹주 - 음악장르입니다.
    Title : "Rose of Tears" 德惠翁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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