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신라보단 백제가 좋다. '공주 탐방기'

  어렸을 땐 고구려가 참 좋았다. 강한 군사력으로 드넓은 만주 벌판을 차지한 그들의 기상이 멋있었다. 그래서 내가 살던 고향인 인천이 고구려가 아닌 백제 문화권이라는 국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을 때 조금은 실망했었다.
 하지만 조금씩 공부를 해가면서 느낀 점은 백제가 더, 훨씬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세련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양직공도'

 한반도 내 3국의 정세를 논해보자면 근초고왕을 중심으로한 백제가 가장 먼저 한반도에서 큰 세력을 떨쳤고 이후 광개토대왕, 장수왕을 중심으로한 고구려가 큰 세력을, 그리고 이후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게 된다. 백제가 가장 먼저 부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강을 통한 중국과 일본과의 무역에 있었다고 한다. 당시의 가장 선진국이었던 중국의 문물을 받아들여 사회 발전을 이끌어 낸 백제, 신라의 문명이 투박하다고 한다면 백제의 문명은 참으로 예술적이었다.

하지만...
 북한 영토가 대부분인 고구려문화권을 차치하고서라도 신라에 비해 백제의 남아있는 유물은 너무나도 적다. 문화가 가장 발달했던 백제에 유물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일제의 침탈 때문이다. 수많은 유물을 외부로 반출한 일제의 만행...

그러나...
 운좋게 일제의 만행을 피한 곳이 있다. 바로 '무령왕릉'. 총 2900여점 이상의 문화재가 발견될 정도로 많은 문화재가 이곳에서 발굴되었다. 백제 문화의 진수를 알게 해준 무령왕릉. 공주에 여행오는 사람들은 무령왕릉을 보기 위해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주에 가면 꼭 봐야할 것-
  1. 국립공주박물관
  2. 무령왕릉
  3. 공산성
  4. 고마나루 (오전에 가보는 것을 추천)
  5. 금강 
  6. 금학생태공원
  7. 마곡사 (공주 시내와 좀 멀리 떨어져있다. 도보로는 가기 힘듬.)
  8. 석장리풍경
  9. 창벽
  10. 공주 한일고 (공주 시내와 멀리 떨어져있다. 마곡사 가는 길에 위치해있다.)
공주를 여행하는 데에 최적의 달은 10월이다. 왜냐하면 '백제문화제' 와 '알밤축제' 및 '금강자연비엔날레'가 10월에 열리기 때문이다. 백제역사 퍼레이드는 놓칠 수 없는 큰 행사!




 4월도 괜찮다. 김구 선생이 은거했다는 마곡사에서 '마곡사신록축제'가 열려 명상길 걷기, 템플스테이 체험 등의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다만 밤꽃냄새가 심하게 날 수 있다.


-국립공주박물관 주요 소장품-

 국립공주박물관을 가면 이 곳이 무령왕릉 출토품 전시장인지 헷갈릴 정도로 많은 문화재가 이곳에서 나왔다. 특히 국보 제 154호인 왕 금제관식부터 국보 제 165호인 왕 발받침은 모두 이 무령왕릉에서 나왔다. 154,155,156... 모두 다 이곳에서 나왔다는 말!!

왕 금제관식 (국보 154호)

왕비 금제관식(국보 155호)
금제관식은 왕의 모자에 양쪽에 다는 장식품이다. 신라 천마총에서 발견된 금관과는 다르게 백제에서는 금관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말일까?


왕 금제귀걸이(국보 156호)

왕비 금제귀걸이(국보 157호)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실제로 보면 왕과 왕비의 금제귀걸이는 매우 작다. 하지만 그 섬세함은 대단하다. 과연 이것이 천오백년 전의 물품이 맞는가 할 정도로 대단한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지석(국보 163호)
  무령왕릉의 가장 중요한 문화재는 이 지석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이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신라의 천마총이 '총'인 이유는 주인이 누군지 알 수 없어서이다. 하지만 무령왕릉은 지석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지석에는 '이 땅을 돈 주고 산다.'라는 내용이 들어가있다. 다소 도교적 내용인데, 이 시기 중국에서 도교가 매우 유행했음을 생각해보면 이 역시 백제가 중국의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공주에 얽혀있는 전설-
고마나루

 공주시 옹진동의 '고마나루'에는 곰과 인간에 얽힌 전설이 내려온다. '고마'란 곰의 옛 말이며 공주의 옛 지명이기도 하다. 먼 옛날 곰나루 북쪽에 있는 연미산 동굴에 암곰 한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이 암곰은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가는 나무꾼을 잡아 남편으로 삼고 자식 둘을 낳고 살았다. 하지만 나무꾼은 곰과 살기 싫어 결국 동굴에서 도망쳐 나오게 되는데 이를 본 암곰은 두 아이를 들어보이며 돌아오기를 애원했지만 나무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암곰은 나뭇꾼 남편을 떠나보내고 그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두 아이와 함께 강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고 한다. 그 후 암곰의 복수인지 모르지만 강을 건너는 배가 자주 뒤집혀지고 이에 마을 사람들은 죽은 곰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나루터 인근에 사당을 세우고 제사를 지내게 되었고 그 후 배가 뒤집히는 일은 줄었다고 한다.
 실제로 고마나루에 가면 암곰의 넋을 기리던 터가 있다.


-공주를 노래한 시-

 곰나루의 맑은 물 일렁이는데
 어느 사이 맑은 달이 떠올랐는가
 백제 옛 역사 나는 새처럼 지나갔으나
 달에게 물어보면 달은 응당 알리라
 - 서거정의 곰나루 밝은달 중 일부-

어찌 유독 동정호만을 강남의 으뜸이라 하는가
금강의 기이한 경관도 모두가 손꼽는 바라네
객을 전송하는 강가엔 물새들 새겨놓은 배가 떠 이쓰니
창랑 물가에 조복을 걸어 놓으리라
-박팽년의 공주금강루 중 일부-


 공주에 도착하면 처음 우리를 맞는 것은 금강이다. 하회마을을 휘감아 도는 낙동강이 빠른 흐름을 유지한다면 공주를 흐르는 금강은 느릿느릿 흘러간다. 잠시 숨을 고르고 천천히 삶을 즐기라는 듯이... 그래서 그런지 공주에 오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철도는 이곳을 지날 수 없다!"며 경부선의 노선자체를 바꾼 공주 어르신들의 마음이랄까.


-공주의 자랑. 공주 한일고-

아홉의 정승이 난다고 이름붙여진 구작골에 위치한 공주 한일고

 공주 한일고가 어떤 학교인지 궁금하다면 ? 


 공주 한일고가 위치하고 있는 공주시 정안면은 퇴계의 학풍을 이은 갑신정변 김옥균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무엇이 과연 그들을 최고로 만들었을까. 직접 공주 한일고를 찾아가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특히 곧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식을 둔 부모님들이 가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선, 넓은 학교 캠퍼스에 놀랄 것이다. 그리고 외부인을 보면 허리숙여 인사하는 한일고 학생들을 보며 놀랄 것이다. 중앙광장에 펄럭이는 대입실적을 차치하고서라도 한국의 이튼스쿨을 표방하는 교직원들의 자부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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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겨울방학때 대학생들은 '내일로 티켓'을 통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닌다. 하지만 공주에는 철도가 놓이지 않아 대학생들의 발길이 뜸하다. 그래서 그럴까? 공주는 나만의 치유도시같은 느낌이다. 

 공주에는 쓰리-팍(Three- Park)이 있다고 한다. 박찬호, 박세리 그리고 박물관... 하여튼 공주에 한번쯤 들려보길 추천한다. 공주 밤을 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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