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 나에게 해준 것

나는 태생이 인천 출신이다. 중학교까지 인천에서 살아왔고 고등학교 때는 공주로 유학을 갔다가 대학교 때에는 서울에서 살았다. 그렇게 따지면 인천에서는 16년 정도를 살았다. 거기에 이제 군복무 하는 기간을 덧붙이면 거진 18년 동안을 이곳에서 자라왔다.

작곡가 윤이상은 통영에서 자라 그곳의 파도소리를 들으며 영감을 키워왔다면, 난 인천에서 자라 그곳의 짠내음새를 맡으며 살아왔다. 짠내가 무슨 영감을 주고 무슨 희망을 준단 말인가... 인천은 별로 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은 도시이다. 나에게 장학금을 주었는가 상을 주었는가.. 오직 나에게 준 건 서울로 향하는 1400번과 9100번 버스 뿐.


럭셔리 업계라던지 외국계 기업에서는 지원자 이력서의 주소 또한 유심히 살펴본다고 한다. 그 이유는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개략적인 소득 수준을 알 수 있고, 그 소득수준에 따라 그 사람의 성장 배경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성장 배경이 좋은 사람을 기업의 입장에서는 뽑고 싶어 할 것이다.

난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인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난 내가 돌아갈 곳은 서울도, 공주도 아닌 인천임을 알고 있다. NBA의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자신을 키워준 클리브랜드를 뒤로한 채 플로리다로 갔다. 자신을 빛내줄 곳은 플로리다였기에.. 그러나 달이 차면 지듯이.. 그의 전성기도 언젠가는 마무리가 될 것일 텐데.. 그런 그를 받아줄 곳은 플로리다일까 뉴욕일까? 아무래도 자신의 고향이고 뿌리였던 클리브랜드가 아닐까.. 생각한다.

대학생으로서 내가 가장 빛날 수 있었던 곳은 공주와 서울에서였다. 그리고 앞으로의 내 전성기는 인천이 아닌 세계의 모든 도시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인생을 정리할 때 내 곁에서 '수고했어' 라고 말해줄 도시는.. 인천이다.

왜 나는 인천에서 태어났는가.. 를 고민한 적이 있었다면 이제는 '인천은 왜 나를 선택했는가'를 고민해 볼 때가 되었다. 인천이 나에게 무엇을 해 주었는지 생각하는 것이 아닌.. 내가 인천에게 무엇을 해 주었는가를 생각하는 그런 것..

지금 나는 해병대의 일원으로서 인천의 서해5도를 지키고 있다. 지긋지긋한 인천... 하지만 나에게 더이상 부인할 수 없는 고향인 인천... 내가 세상을 마무리한 후 어느 누군가가 나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그 시작점은 바다의 도시, 세계로 나아가는 출발점인 인천을 먼저 이야기 할 것이다. 전 세계를 위한 일을 하고 싶은 나에게 인천은.. 기회의 땅이다.

애증의 도시.. 나의 고향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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