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 전투와 관련된 책

최근 장진호 전투와 관련된 영화가 개봉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장진호 전투란 우리나라의 흥남철수를 가능하게 했던 전투였다.
장진호 전투와 관련하여 가장 유명한 책 중 하나는 'Colder than Hell'이라는 책인데, 이 책의 서평을 예전에 쓴 것이 있어서 가져와 본다.

출처: https://book.skku.edu/colder-than-hell-a-marine-rifle-company-at-chosin-reservoir/



'지옥보다 추운 그곳에 서서'

  부끄럽지만 고백할 것이 있다. 나는 25살 인생을 살아오면서 장진호 전투에 대해 알지 못했다. 들어본 적도 없다. 인천 자유공원에 우뚝 서 있는 맥아더 장군의 실수로 인한 지상 최강 미 해병대, 그리고 대한민국 해병대가 패배한 장진호 전투. 나는 해병대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반쪽짜리 해병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진중문고에 있는 ‘잊을 수 없는 6.25 전쟁’이라는 책 속에서 장진호 전투에 관한 내용을 알게 되었고 좀 더 장진호전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이에 관한 서적을 구하러 다녔다. 국내 도서는 단 한권도 없었으며 오로지 한국전쟁 참전용사이며 당시 소총중대 60미리 소대장의 생생한 증언으로 만들어진 ‘Colder than hell'이라는 책만 외국 서점에 있을 뿐이었다. 도대체 장진호 전투가 어떤 전투였기에 국내에선 이렇게 알려지지 않았을까 궁금해 하며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부끄러운 나의 과문함을 자책하며...
  ‘군인이 목숨바쳐 싸우기 적절하지 않은 곳’에서 장진호 전투는 시작되었다. 인천 상륙작전을 위시하여 기세가 한껏 오른 맥아더 장군은 서울을 탈환하고 의정부를 점령한 미 해병대 1사단과 대한민국 해병대를 인천에 재집결시킨 후 동해에 위치한 원산에 상륙시켰다. 목표는 아복강. 당시 10월, 의정부에서 북한군에 대한 연이은 승리로 기세가 한껏 오른 미 해병대에게 압록강 진격은 ‘조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자!’라는 희망찬 작전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중공군의 한국전쟁 참전은 다 된 밥에 재 뿌리기였다. 미 해병대 2개 연대는 함흥을 뒤로하여 수동리, 고도리를 거쳐 장진호를 지나 북으로 진격하였다. 그들의 진격은 순조로웠고 매섭고 강하다고 소문난 중공군은 후퇴를 거듭했다. 미 해병들 사이에서는 조국인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이 기정 사실처럼 느껴졌고 그들 앞을 가로막는 것은 없었다. 야간 보초근무 때 침낭 속에 들어가 꾸벅꾸벅 졸고, 심지어는 굴속에서 잠을 청하였다. 그렇게 그들은 높고 깊은 산 속을 통해 북으로 북으로 진격하고 있었다. 넓은 길이 좁은 길로, 좁은 길이 길 없는 곳으로 바뀔 때까지 진격해 나갔고 그렇게 그들은 중공군의 덫에 빠지고 있었다.
  유담리에서 중공군의 총 공격이 시작되었다. 2천 남짓한 해병대 2개 연대의 궤멸을 위해 중공군 3개 사단이 동쪽으로 장진호를 맞대고 사방팔방으로 포위하여 공격하기 시작했다. 손쉬운 진격으로 한껏 기세가 오른 해병대에게 야간부터 시작된 중공군의 공격은 엄청났다. 날이 밝아올 때까지 계속된 중공군의 공격으로 조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은커녕 살아서 후퇴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압록강으로 진격하겠다던 맥아더 장군의 목표는 살아서 장진호를 벗어나는 것으로 바뀌었다.
  ‘만약 네가 포로로 잡히어 심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말해야겠나?’ ‘전 포로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해병입니다.’ ‘틀린 답이다. 그러나 너는 바른 정신을 가졌다.’ 말보다 행동으로 대신하는 해병대의 위대한 후퇴가 시작되었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온도 속에서 동상과 폐렴 등의 아픔, 계속되는 중공군의 공격으로 해병대는 비참한 상태가 되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부상당한 전우와 사망한 전우를 적에게 넘겨주지 않겠다는 신념 하에, 적에게 굴복하지 않는다는 신념 하에 그들은 하나 둘 중공군을 무찌르며 후퇴하였다. 발끝 모두가 얼어붙어도 결코 전장을 떠나지 않았고 한 손이 부러지면 다른 손으로 수류탄을 던졌다. 수적으로 매우 열세였음에도 불구하고 ‘Corsair'라고 불리는 전투기의 지원과 오스트레일리아 지원군, 영국 왕립 해병대의 지원으로 승리하며 후퇴하였다. 추운 날씨 속에서 그들은 해병대의 강인한 정신력으로 중공군 1개 연대가 추위로 얼어 죽을 때도 공격을 계속하였다. 해병대의 위대한 후퇴는 흥남에서의 배를 통한 철수로 막을 내렸다.
  장진호 전투에 투입된 미 해병대 1사단과 대한민국 해병대, 그리고 그들을 궤멸시키기 위해 투입된 중공군 10개 사단. 1.4 흥남 철수를 통해 미 해병대와 대한민국 해병대는 남한으로 성공적인 후퇴를 할 수 있었고 중공군의 10개 사단은 이후의 전투에 참여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손실을 입었다. 지옥보다 추운 그곳에서 해병은 살아남았다. 장진호에서 해병대는 후퇴했다. 그러나 그들의 위대한 후퇴는 승리의 발판이 되었다. 해병은 승리했다. 그리고 그들의 숭고한 정신은 장진호에, 한반도에,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조국을 지키겠다는 주권수호의 선봉부대, 해병 제 6여단의 마음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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