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란 무엇인가 (성균인에게 주는 글)

<참선비란> - '동호문답'에서 (율곡)
 참선비란 나아가서 도를 실천해 백성들로 하여금 태평을 누리게 하고 물러가서는 가르침을 뒷 세상에 전해야 한다. 만일 나아가서 도를 행함이 없고 물러나 가르침을 전하는 것이 없다면 비록 참선비라 할지라도 나는 그것을 믿지 않는다.

<선비의 어원>
 - 어질고 지식있는 사람
 - 한자에서는 '벼슬한다'는 뜻인 사(仕)와 관련되어 일정한 지식과 기능을 갖고서 어떤 직분을 맡고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 신선의 무리라는 '선배(仙輩)'에서 나왔다는 설. 신선은 은둔적인 색채를 지닌다. 이로 보면 선비를 현실적 이해관계를 초월한 존재, 나아가서 현실에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존재

<선비의 의리> (이항로)
 선비란 한 번 이상 왕명을 받은 자는 평상시에는 마땅히 사퇴하는 것으로써 의리를 삼아야 하지만, 일단 국가에 환란이 있을 때는 즉각 달려가 협력하는 것을 의리로 삼아야 한다.

<선비의 자세> (퇴계)
 보통사람으로서 천자와 벗하여도 자기 분수대로 할 것. 그리하면 왕이나 벼슬하는 자가 빈곤한 선비에게 몸을 굽히더라도 욕되지 않을 것이다. 선비가 귀하게 여겨지고 공경을 받는 까닭은 여기에서 생긴다.

* 천자라도 선비의 몸은 죽일 수 있지만 선비의 뜻은 빼앗을 수 없다.

<진짜 유학자의 조건> (삼봉)
 1) 유자는 음양오해엥 입각한 천문, 역학, 지리학 등 자연과 학문적 지식에 소양이 깊어야 한다.
 2) 역사가여야 한다.
 3) 윤리 도덕의 실천가여야 한다.
 4) 계몽적 성리철학자여야 한다.
 5) 교육자, 문필가여야 한다.
 6) 순도자여야 한다.

<선비상> - '성학집요'에서 (율곡)
 선비는 궁해도 의를 잃지 아니하고 영달해도 도를 떠나지 아니 하나니
 궁해도 의를 잃지 아니하기 때문에 선비는 스스로를 잃지 아니하고
 영달해도 도를 떠나지 아니하기 때문에 백성이 실망하지 아니한다.


<성균인에게 주는 글> -'성균'제 5호에서
 오늘날 국가민족이 미증유의 고난에 처하여 있는 시대에 학도에 부하된 사명은 좀더 중대하다고 하겠다. 조국 흥망이 오로지 제군의 쌍견에 달려 있음을 생각할 때 금반 제군의 평소 학업의 성과를 발표하는 '성균'지 발간에 제하여 나의 소회를 일단 말하고, 또한 제군에게 몇 마디 부탁을 하고자 하는 바이다.
 우리는 우리 사회에 미만하고(널리 퍼지거나 가득 차고)있는 침체와 부진을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 원인이 정치의 빈곤에 있든지, 혹은 경제생활의 궁핍에 있뜬지, 또는 그 쌍방에 있든지 간에 국민이 혼돈 가운데서 무기력하게 헤매고 있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전반적인 침체와 위축을 여하히 극복할 것인가?
 이것이 바로 우리 앞에 놓여진 공동 과제인 것이다.
 따라서 나는 맨 처음 학생 제군이 현실에 대한 정확하고 세밀한 인식을 가져야만 될 줄 믿는다.
 이러한 시대적, 사회적 환경에서 우리는 좀더 나은 생활의 방도를 발견하여 이에 정진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곧 입지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 청년 학도의 기백이 없음을 한탄한다. 제군이 만약 청년다운 정열과 순진성을 가졌다면 절연히 정사를 판단하여 사를 물리치고 정의를 바로잡으려는 기개와 용기가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이와 같은 정의감은 청년의 청년다운 소이이며, 개인의 발전과 전체의 복지를 위한 불가결의 원동력이라 하겠다.
 또 하나는 일찍이 우리 국민을 근면하다고 칭찬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 우리는 좀더 창조력을 가져야 하겠다.
 정신이 아무리 고귀하다 할지라도 결국 물질적 기반이 상부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에 금일의 도의적 타락은 정신의 작흥과 더불어 물질 생활의 향상을 기함으로써 비로소 구제할 수 있는 것이다.
 끝으로 우리 성균의 건아들이 '성균인'의 유래인 '成人材之未就 均風俗之不齊 (성인재지미취 균풍속지부제)'의 진의를 파악하여 전통에 빛나는 우리 학원에서 굳세고 참되게 자아 완성을 면려하여 국가민족의 부흥과 인류복지의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 되기를 바라 마지않는 바이다.

 * 成人材之未就 均風俗之不齊 (성인재지미취 균풍속지부제) : 인재로서 아직 성취되지 못한 것을 완성하게 하고, 민중의 생활이나 문화가 가지런하지 못한 것을 고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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