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1주년

미국생활 1주년이 되었다.

 나는 무엇이 바뀌었을까.
이전에 내가 작성했던 개강 전 다짐 을 읽어보며 내가 1년 전 미국에서 다짐한 것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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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족한 R을 공부했고..." : 이제는 R로 먹고 산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Wrapper function(apply 함수들), ggplot2 등을 배워야 한다.
- "Brigham Circle Chinese Restaurant에서 마파두부를 먹었고": 아직도 많이 사먹기는 하지만, 이제는 만들어 해 먹는다.


- "Probability 1 수업을 들어가보려고 한다. 얼마나 어려우려나 싶다. 적어도 textbook이라도 알아가면 겨울방학 때 공부할 수 있지 않을 까 싶다...": 공부는 하지 않았다. 겨울에는 쉬어야지... 방학때는 공부 대신 다른 것을 해야 한다. 그래야 학기 중에 집중할 수 있다.

- "다음 날 수업이 떨린다기 보다는, 애들이 얼마나 잘 할지 궁금할 뿐이다.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애들보다 한참 떨어지는지 아니면 평균은 가는지, 혹은 더 높은지 궁금하다...": 애들 잘 한다. 잘 하는 애들도 있고 못 하는 애들도 있었다. 다만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공부했고, 그 때문인지 학점은 잘 나왔다. 근데 내 주변에 정말 천재는 없었다. 다만 예전에 미리 공부를 해봤던 애들이거나, 아니면 정말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두 타입밖에 없었다. 적어도 하버드 생물통계학과에 천재는 없다.

- "경쟁하고싶다기 보다는 함께 으쌰으쌰하면서 같이 잘 되고 싶다. 같은 Biostat 친구들이랑 더 친해져서 Life-long 동반자가 되고 싶다..." : 이건 성공했다. 물론 함께 공부하고싶어하지 않는 친구들은 있어도, 그래도 서로 힘내라고 이야기는 하고, "Good luck"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는 된다. Cohort의 모든 친구들과 친해졌고, 그리고 여름방학인 지금은 어떻게들 지내는지 너무나 보고싶다. 다들 함께 커 가는 모습, 서로의 꿈을 키워나가는 모습이 너무나 멋있다. 나중에 이렇게 함께 같은 길을 걷다 보면, 그리고 여느 학회에서 서로를 만나게 된다면 정말 반갑게 인사할 수 있을 것 같다.

-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겠다...": 이기적으로 행동한 적도 있었고, 없던 적도 있었다. 이기적이었던 적은 내 자신이 너무나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남들을 챙겨주지 못하거나, 혹은 내가 친구에게 질문할 때는 호의를 바라면서, 친구가 나에게 질문을 할 때는 대충대충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내 코가 석자이다."라는 핑계였지만...  

- "항상 학우들과 협동하며 함께 잘 되고자 노력하겠다...": 이건 같이 잘 했다. 솔직히 팀플할 때는 친구들이 많이 도와주기도 했다. 중국인 셋 나 혼자와의 팀플, 미국인 둘 나이지리아인 한명 나 한명의 팀플, 정말 실력있고 성실한 친구들 덕분에 많이 배웠다. 나도 최선을 다 했다.

-  "이야기를 할 때는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고 대화하겠다...": 이건 아직도 어렵다. 특히 덩치가 나보다 큰 남자애들하고는 더 어렵다. 쫄아서 그런가... 영어가 부족해서 그런가... 항상 스스로를 자각시키며 자신있게 이야기 해야한다. 내가 자신있어야 상대도 나와 대화한다.

- "주중에는 NYT, 주말에는 Sunday Boston Globe, 저녁에는 미드 한 편을 보며 마무리 하겠다...": 주중 NYT와 저녁 미드 한 편은 완전 실패했다. 그러기에는 너무나 바쁜 학기였다. 매일 공부하는데 NYT도 공부하는 마음으로 보기는 싫었다. 다만 Sunday Boston Globe는 꾸준히 구독했다. 그래도... 미드는 좀 봐야 겠다. 생활 영어가 딸린다... 특히 술집에서...

- "소셜 액티비티는 최소한으로 하고 공부에 집중하겠다...": 반은 실패했다. 대부분의 모든 소셜 액티비티에 참가하였고, 공부에도 집중 했다. 한국인 모임은 좀 안 가긴 했는데... 슈퍼볼 할 때 다른 바이오스탯 친구들 공부할 때 나는 친구들과 술집가서 슈퍼볼을 8시간 정도 보았다. 미쳤지... 

- "항상 웃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 항상 웃지는 못했지만 긍정적으로는 생각했다. 항상 웃지 못했던 이유는 너무나 바빴기 때문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이었던 이유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마음 덕분이었다. 시험을 망하면 다음번에 잘 보면 된다고 생각했다. 

- "항상 감사하는 마음, 겸손한 마음을 갖겠다...": 항상 감사 했다. 겸손한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겸손함은 이제부터 지켜가야 한다. 석사 1년 지났다고 자만하면 안 된다.

- "자만하지 않고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며 항상 배우겠다...":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난 겨우 석사 1년차를 끝냈을 뿐이다. 아직 석사1년+박사5년, 총 6년의 배움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겨우 15% 남짓 했을 뿐이다.

- "누군가를 업신여기지 않고, 그러나 누군가를 너무나 부러워하지도 않겠다...": 많이 지키기 힘들었다. 사실 축복받은 금수저의 유학생들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나도 혼자 원룸에서, 차도 운전하고, 최고의 노트북으로, 열심히 공부만 하고 싶은데 그게 난 안 된다. 한국에서는 이런 사기 캐릭터들은 없었는데 유학 나와보니 이런 사기 캐릭터들 천지이다.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돈이 많지??? 싶을 정도이다. 돈이 많다고 해서 모든 것에 완벽할 수는 없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이런 것에 초연해지기 위해서 나는 더욱 더 공부를 해야 하고, 더욱 더 운동을 해야 하고, 더욱 더 책을 읽어야 한다. 돈은 돈으로 이길 수 없다. 돈은 돈이 아닌 것으로 이길 수 있다.

- "죽음을 생각하며 후회없는 삶, 치열한 삶을 살겠다...": 사실 내가 이렇게 공부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내가 1950년에 있었다면 한국전쟁에 참여해야 했었을 것이고, 1980년에 있었다면 데모를 했어야 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조국을 지킨 선배들의 피땀 덕분이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정말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 영어가 부족하니 외국인 친구들과 룸메이트를 하고, 항상 치열하게 공부하고 치열하게 운동했다. 치열하지 않는 나는 내가 아니다. 나는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

- " 후회 없이 공부하겠다...": 후회 없이 공부했다. 코피도 많이 쏟았고, 여러 밤을 새기도 하고, 열심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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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앞으로는 무엇을 바꾸어 나갈까. 어떻게 좀 더 발전해 나갈 수 있을까.

- 박사 지원을 후회 없이 하겠다. GRE math, GRE, TOEFL 열심히 공부하겠다.
- 석사 논문을 후회 없이 완성시키겠다. 
- 겨울에 한국에 가서 열심히 운동을 배우고 오겠다.
- Full time으로 일하게 되는 2월부터 8월 동안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

앞으로 5년 정도... 아니면 평생을... 공부해야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전부를 결정할 지도 모른다.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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