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길이 되려면 을 읽고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을 읽고
김승섭 교수님의 이야기는 내가 하버드에 있었을 때 부터 익히 들어왔다. Epidemiology 라는, 한국에서는 생소한 분야, 전공을 하시고 하버드에서 이 전공으로 박사를 받으셨다고. 내가 하버드에 신입생으로 입학했었을 때는 계시지는 않았고 당시 4-5년차였던 선배가 신입생이었을때 뵈었다는 정도? 였다. 아마 그 시절은 하버드 보건대학원의 황금시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유학을 나오셨던, 지금은 교수가 되신 금나나 교수님도 계셨으니까. 여기서 금나나 교수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글이 딴 곳으로 새니까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Epidemiology는 참 매력적인 학문이다. 전염병을 의학뿐만 아니라 사회학, 심리학, 수학 그리고 최근에는 통계학적 방법론을 가지고 연구한다. 그리고 인구 증가 및 세계화로 인해 다양한 전염병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Epidemiology 또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Covid19는 전염병의 단계를 넘어선 pandemic이었지만, epidemiology의 문제로 많은 궁금증들이 풀리기도 하였다. 나 역시 하버드에서 epidemiology수업을 들으며 참 재미있고, 의미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김승섭 교수님은 이 전공 중에서도 “Occupational epidemiology”라는 분야를 전공하셨는데, 이 분야는 직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질병을 연구한다. 하지만 직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이 분야는 전 사회분야를 다루기도 한다. 개개인은 돈을 주는 회사의 직원이기도 하지만, 지역 사회의 일원이기도 하고 국가의 일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픔’ 이라는 주제를 epidemics로, 그리고 ‘길’을 logic이라 한다면 무리일까, 이 책은 epidemiology라는 학문을 설명하는데에 훌륭한 가이드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데이터를 보여주시며, 그러나 그 이면에 드러나지 않은 study design이라던지, bias 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은 역학자가 아니라면 쉽게 발견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 설명방식들은 하버드에서 나도 훈련받았던 내용들이라, 하버드 epidemiology 의 학풍을 흠뻑 느낄 수 있었다. 참 오랜만에 좋은 책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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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하지 못한 내 상처는 어디에 있을까
- 다양한 인종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 실험 연구는 미국사회에서 약자인 흑인, 여성, 아시아인들이 차별을 경험했을 때, 그 경험을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잘못 때문에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차별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는 것보다 심리적으로 불편함이 덜하기 때문이라고 연구는 설명합니다.
-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
2. 불평등한 여름, 국가의 역할을 묻다
- 질병으로 인해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던 사람들, 에어컨 없이 지냈던 사람들이 일반인들에 비해 폭염으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3배 이상 높았습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증가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 드러납니다. 바로 사회적 고립이었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 폭염에도 집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 교회에 나가거나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이 숨졌던 것입니다.
3. 성인이 되어도 몸에 남겨진 태아의 경험
- 우리 모두는 특정한 시대에 특정한 공동체에서 특정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희로애락의 다양한 경험을 하지요. 그 경험들은 태아기의 굶주림처럼 우리가 인지하고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몸에 새겨져, 때로는 당뇨병의 원인이 때로는 우을증의 원인이 되어 우리 삶에 끊임없이 영향을 줍니다. 그렇게 오래전 사회가 남긴 상처가 인간의 몸속에 남아 있는 것입니다.
4. 당신은 거미를 본 적이 있나요
- 저소득층 흡연의 사회적 맥락
사회환경의 특성 | 흡연의 효과 |
높은 스트레스 | 스트레스 감소 |
경제적 자원 적음 | 비교적 저비용 |
흡연을 권장하는 사회규범 | 사회적 관계 제공 |
단기적, 장기적으로 질병/사망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 | 장기적으로 질병/사망 유발 |
- 저소득층이 자신이 처한 열악한 사회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의 이유로 흡연할 경우, 그 점을 고려하지 않은 금연정책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을 뜻합니다.
- 원인의 원인: 남아공 시골 지역의 AIDS 사망률 변화: HIV/AIDS때문에 사람들이 죽은걸까, 아니면 HIV 치료약을 공공자금으로 제공하지 못했던 공동체로 인해 죽었던 것일까.
5. 지극히 개인적인, 과학적 합리성의 세 가지 요소
- 순수과학과 달리 공중보건에서 판단을 미루는 것은 여러 위험 요소로부터 현재 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결정을 뜻합니다. 적절한 데이터나 과학적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을 핑계나 변명으로, 더 나아가 특정 입장을 옹호하기 위한 무기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6. 위험한 일터는 가난한 마을을 향한다
- 가장 위험한 작업을 가장 약한 이들에게: 글로벌 기업의 ‘위험의 외주화’
7. 아파도 일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 한국사회는 노동시장에서 가장 약한 사람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잔인한 논리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지요.
8. 동성애를 향한 비과학적 혐오에 반대하며
- 현실에서는 동성애가 HIV/AIDS의 원인인 것이 아니라 동성애 혐오와 차별이 HIV/AIDS 유별률을 증시기키는 원인인 것입니다.
9.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다면, 함께 그 비를 맞아야 한다.
- 신영복 선생님의 책 읽기
10. 연결될수록 오래 사는가
- 래너드 사임은 이 연구에서 심장병 발생의 차이는 일본인이 서양식 문화를 얼마만큼 수용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캘리포니아에 살더라도 전통생활 양식을 고수한 일본인들은 일본에 사는 일본인들과 비교했을 때, 심장병 발생에서 차이가 없다는 결과를 덧붙이면서요.
11. 위험사회에서 함께 생존하려면
- 미국 UMASS의 David Kriebel 교수는 2009년 ‘충분한 증거란 무엇인가: 원인-결과에 대한 논의’라는 제목의 논문을 출판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크리벨 교수는 ‘건강을 다루는 분야에서 규제를 위한 충분한 증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고고학에서는 단 한개의 사례 보고만으로도 상대적으로 충분한 근거가 됩니다. 몇년 전, 한국인이 참여한 한 연구팀에서 수컷 육식공룡이 짝짓기를 위해 구애하던 흔적이 담긴 화석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을 때, 그 사례가 하나라는 이유로 신빙성이 의심받지는 않았거든요. 그러나 고고학과 달리, 분자생물학에서는 엄격하게 통제된 환경에서 실험을 통해 밝히지 않으면 그 결과는 신뢰받지 못합니다.
- 새로운 물질을 사용하고자 할 때 그것을 사용하려는 기업과 사람들이 그 유해성에 대한 데이터를 제시하고 사회를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로 인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대중이,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진행되는 경제 활성화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원인 미상 간질성 폐질환’이라는 낯설고 무력했던 진단명으로 사라져간 수많은 간난아이와 임산부들의 죽음으로부터도 우리가 배우지 못한다면, 한국사회에서 이 참사는 또 다른 형태로 반복될 것입니다.
12. 우리 이기심을 뛰어넘는 삶을 살아요
- 80년대 민주화운동에 그토록 적극적이었던 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 절반만, 아니 그 반의반만이라도 그때 열정의 10퍼센트를 가지고, 좀 더 구체적으로 자신의 소득과 시간의 10퍼센트를 소외된 약자를 위해 쓰고 있다면, 사회가 지금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에요.
-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어 있다.
안녕하세요! 생물통계학 박사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이에요+_+ 주변에 전공에 대해 잘 아는분이 안계셔서 검색으로 찾다가 블로그에 흘러들어오게 되었어요! 아픔이 길이되려면 이라는 책은 제가 역학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던 책이기도 해서 너무 반갑네요! 저희과 교수님으로 계셨던 분이라 저도 많이 영향을 받고 존경했던 분이기도 해요. 평소에는 정말 열정적인 학자이시고 학생들과도 거리감없이 지내셔서 친근하게 느껴지는 분이셨는데 아 이렇게 영향력있는 책을 쓰셨던 분이었지 라고 새삼스럽게 깨닫게되네요 ㅎㅎ
답글삭제그리고 혹시 생물통계학 관련해서 몇가지 여쭙고싶은게 있는데 메일로 연락드리거나 해도 될까요? 박사과정 많이 바쁘실 텐데 잠시나마라도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ㅠ 감사합니다!
네~ 메일로 연락 주세요! ecbae@pennmedicine.upenn.edu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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