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숄즈-머튼 방정식을 처음 접하게 된 순간

 금융, Finance를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블랙-숄즈 방정식은 끝판왕 같은 느낌이었다.
고등학교때 준비했던 증권경시대회에서 블랙-숄즈 방정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대학교에 입학하여 전공에 관한 설명을 들으며 나는 4학년 때 블랙-숄즈 방정식을 배울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2015년 11월 21일 오후 11시경, 성균관대학교 삼성디지털도서관 지하1층 C열람실에서 나는 블랙-숄즈-머튼 방정식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헤르만 헤세의 '황야의 이리'에서 주인공 하리는 성스러움을 체험하는 순간 모차르트의 음악이 귀에서 들렸다고 한다. 자신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될 순간에 음악은 어디서나 빠질 수 없는 존재라면, 아마 내가 블랙-숄즈 방정식을 처음 접한 순간도 나에게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마치 라섹수술을 할 때 필사적으로 아픔을 참으며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 3번을 기억한 것 처럼, 해병대 극기훈련을 할 때 필사적으로 고통을 참으며 소녀시대의 노래를 기억한 것 처럼, 그리고... 블랙-숄즈 방정식을 접하던 순간 내 귀에 꽃혀있는 이어폰에는 쇼팽의 에튀드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2010년 글로벌경영학과에 입학하여 금융을 전공하게 된 때부터 난 이 순간을 기다려 왔을지도 모른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방정식, 너무나 어려워서 대부분의 학부생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방정식, 그러나 꼭 알아야 하는 방정식... 그래서 나는 구글에 5초만 투자하면 볼 수 있는 블랙-숄즈 방정식을 알기를 주저했는지도 모른다. 처음 블랙-숄즈 방정식을 접하게 될 순간, 그 위대함을 알 수 없다면 그것만큼 슬플 일은 없을 테니까...
 너무나 늦은 11시에 이 방정식을 접한 이유는, 그 전에 다른 공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Introductory functional analysis with applications' 라는 해석학특강 교재의 Banach space와 Hilbert space 부분을 공부하고 있었고, Linear functional부분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에 먼저 이 부분을 공부하고 있었다. 참 아이러니한 것이, 수학공부를 할 때는 온 정신을 집중해서 한자 한자 글을 읽어 나가는데 비해, 블랙-숄즈 방정식을 포함한 파생상품 과목을 공부할 때는 느긋하게 클래식을 들으며 여유있게 공부를 한다.
 어떻게 보면 내가 수학을 복수전공하게 된 이유도, 블랙-숄즈 방정식을 보다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블랙-숄즈 방정식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편미분방정식(PDE)을 알아야 하는데, 편미분방정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석학, 미분방정식(ODE) 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운이 좋아서 해석학, 위상수학, 미분방정식, 및 조합론에 모두 A를 맞기는 했지만 그래도 수학은 너무나 어렵다. 하지만 수학을 전공한 덕분에 다른 과목이 너무나 재미있어졌다. 쉬워졌다고 하면 오만할 지도 모르겠으나, 더욱 더 직관적으로 다른 과목들을 이해하게 될 수 있게되었다.

 블랙-숄즈-머튼 방정식을 처음 접하게 된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이 때 나는 25살의 건장한 청년으로 오전에 과외가 취소되어 느긋하게 반신욕을 하고 오후 3시쯤 학교에 등교하였으며, 점심으로는 진라면 매운맛과 김치제육복음을 먹었고, 저녁에는 카레라이스와 김말이를 먹었으며, 오후 10시에는 바나나 2개를 간식으로 먹었다. 이 때 내가 입은 옷은 상의는 나이키 반팔, 하의는 뉴발란스 꽉 끼는 츄리닝, 신발은 뉴발란스 싸구려 신발. 함수해석학을 공부하며 머리가 지끈지끈 하여 오후 10시경 공부를 마치고 바나나 2개를 먹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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